길
여섯 살 눈 내린 아침
개울가에서 죽은 채 발견된 늙은 개 한 마리
얼음장 앞에 공손히 귀를 베고 누워
지상에 내리는 마지막 소리를 견뎠을
저문 눈빛의 멀고 고요한 허공
사나흘 꿈쩍도 않고
물 한 모금 축이지 않고 혼자 앓다가
단 한 번의 망설임도 없이 개울가로 걸어간
개 발자국의 선명한 궤적이
지금껏 내 기억의 눈밭에 길을 새긴다
―류근(1966~ )
- 장석남·시인·한양여대 교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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