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춘문예 당선詩

2014 경제신춘문예 시 당선작 - 집배원/권삼현

시인 최주식 2014. 2. 1. 09:10

2014 경제신춘문예 시 당선작

 

집배원/권삼현

 

그동안 뭐 했냐고 묻지 마라

우체국으로 걸어간 봄은 온통 꽃 필 생각이다

울퉁불퉁 생긴 대로 볼품없는 세월

집배실 옆 차르르르 햇살 엎질러진 모과나무는 안다

향기란 어쩌면 제 몸을 뚫고 나오는 연둣빛 새순 같은 것

오늘도 백오십리길

꽃 소식 앞장세우고 배달 나가는 집배원

빨간 오토바이 휘청이도록 봄바람 분다

풀빛 연애편지는 내가 업어주고 싶은 것들

바람 불고 황사 자욱한 땅에 모과나무는

한 발 내딛을 때마다 꽃 필 생각이다

봄을 찾아 가다가 막막했던 모든 것들이 꽃길이다

번지가 지워진 봄날의 주소를 한 땀 한 땀 기워가며

환한 우표로 들여다보았을 그처럼

제 몸에 감춘 것들은 기다리다가 꽃이 된다

아침 오는 길목 푸른 물길 지피는 봄바람 속에

우리 살아가는 동안 봄날이다

꽃 피는 나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