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산을 자주 오르는 양승태 대법원장은 “사람들 마음이 물 흐르듯 하면 판결이 훨씬 좋아질 것”이라고 말했다. [최효정 기자]
생각은 구부러진 등골뼈로 다 드러났으니
오늘은 젓비듬히 선 등걸을 짚어본다.
- 조오현(1932~ )의 ‘산에 사는 날에’ 중에서
나는 시에 별 흥미가 없었다. 잘 알려고 하지도 않았다. 그러던 내가 새로이 시에 눈 뜨게 된 것은 조오현 시인의 시를 접하고부터다. 신흥사 조실(祖室) 스님인 이분은 고승(高僧)이기 이전에 일찍부터 뛰어난 시재(詩才)를 발휘하며 우리 시단을 이끌어 오는 시인이다. 이분의 시에는 우리네 삶의 오만 가지 모습이 고스란히 투영되어 있는 것 같다. 때론 담담하게, 때론 거칠게 써 내려간 인간의 이야기 속에서 인생을 달관한 묵직한 포스가 묻어난다.
짧은 몇 줄에도 엄청나게 많은 뜻이 담겨 있다. ‘내가 나를 바라보니’라는 짤막한 시가 있다. ‘무금선원에 앉아/ 내가 나를 바라보니/ 기는 벌레 한 마리가/ 몸을 폈다 오그렸다가/ 온갖 것 다 갉아먹으며/ 배설하고/ 알을 슬기도 한다’. 바동거리며 살아가는 인생의 모습이, 그 인생에 대한 온갖 상념이 이 짧은 글귀에 다 들어 있는 것 같다. 젖먹이 새끼를 떼고 하릴없이 팔려가는 암소의 속마음을 읊은 ‘어미’를 읽다 보면 어느 새 가슴 저미는 서러움이 복받쳐 오른다. 어찌 소의 삶만 그럴까? 성자를 하루살이 떼에 비유한 ‘아득한 성자’에서는 실체를 모른 채 공허한 우상을 좇는 사람들의 어리석음이 회자되기도 한다.
양승태 대법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