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詩 낭송/낭송하기 좋은 시

도시는 계단을 만든다/정용화

시인 최주식 2014. 9. 9. 20:20

도시는 계단을 만든다/정용화

 

도시는 계단을 만든다

지하철을 탈 때도

밥을 먹으러 갈 때도

늘 계단이 따라다닌다

 

하루를 산다는 것은

달력 속 계단을 오르는 일이다

사계절 걷다 보면

나이도 부지런히 계단을 오른다

승진도 아파트 평수도

한 발 한 발 올라가야 하는 계단이다

 

이 모든 계단을 하나로 이으면

하늘에 닿을 수 있을까

 

오르다 중간쯤 쉴 수 있는 여유와

바쁜 사람 위해 왼쪽을 비워두는

배려도 배우고 싶다

 

계단을 다 오른 자만이

새로운 계단을 보는데

아직 반도 오르지 못한 계단이

견고하게 웃으며 기다리고 있다

 

(흔들리는 것은 바람보다 약하다)에 수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