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詩 낭송/낭송하기 좋은 시

4월 비빔밥/박남수

시인 최주식 2018. 4. 21. 08:30

4월 비빔밥/박남수

 

햇살 한 줌 주세요

새순도 몇 잎 넣어주세요

바람 잔잔한 오후 한 큰 술에

산목련 향은 두 방울만

새들의 합창을 실은 아기병아리 걸음은 열 걸음이 좋겠어요

수줍은 아랫마을 순이 생각을 듬뿍 넣을래요

그리고 마지막으로

마음을 고명으로 얹어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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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들은 왜 모를까 / 김용택

 

이별은 손 끝에 있고

서러움은 먼 데서 온다.

강 언덕 풀잎들이 돋아나며

아침 햇살에 핏줄이 일어선다.

마른 풀꽃들은 더 깊이 숨을 쉬고

아침 산그늘 속에 산벚꽃은 피어서 희다.

누가 알랴 사람마다

누구도 닿지 않는 고독이 있다는 것을

돌아앉은 산들은 외롭고

마주 보는 산은 흰 이마가 서럽다.

아픈 데서 피지 않은 꽃이 어디 있으랴

슬픔은 손 끝에 닿지만

고통은 천천히 꽃처럼 피어난다

저문 산아래 쓸쓸히 서 있는 사람아

뒤로 오는 여인이 더 다정하듯이

그리운 것들은 다 산 뒤에 있다.

사람들은 왜 모를까 봄이 되면

손에 닿지 않은 것들이 꽃이 된다는 것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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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을 기다리는 마음/신석정

 

우수도

경칩도

머언 날씨에

그렇게 차가운 계절인데도

봄은 우리 고운 핏줄을 타고 오고

호흡은 가빠도 이토록 뜨거운가?

 

손에 손을 쥐고

볼에 볼을 문지르고

의지한 채 체온을 길이 간직하고픈 것은

꽃피는 봄을 기다리는 탓이리라

 

산은

산대로 첩첩 쌓이고

물은

물대로 모여 가듯이

 

나무는 나무끼리

짐승은 짐승끼리

우리도 우리끼리

봄을 기다리며 살아가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