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詩 낭송/낭송하기 좋은 시

봄날은 간다

시인 최주식 2019. 3. 11. 10:10

봄날은 간다


연분홍치마가 봄바람에 휘날리더라

오늘도 옷고름 씹어가며

산제비 넘나드는 성황당길에

꽃이 피면 같이 웃고

꽃이 지면 같이 울던

알뜰한 그 맹세에 봄날은 간다


새파란 풀잎이 물에 떠서 흘러가더라

오늘도 꽃편지 내던지며

청노새 짤랑대는 역마차길에

별이 뜨면 서로 웃고

별이 지면 서로 울던

실없는 그 기약에 봄날은 간다


열아홉 시절은 황혼속에 슬퍼지더라

오늘도 앙가슴 두드리며

뜬 구름 흘러가는 신작로길에

새가 날면 따라웃고

새가 울면 따라 울던

얄궂은 그 노래에 봄날은 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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