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詩그리고詩/한국명시

새해 두어 마디 말씀 - 고 은

시인 최주식 2009. 2. 5. 22:11

새해 두어 마디 말씀 - 고 은

 

  새해 왔다고 지난날보다
  껑충껑충 뛰어
  端午날 열일곱짜리 풋가슴 널뛰기로
  하루 아침에
  찬란한 세상에 닿기야 하리오?
 
  새해도 여느 여느 새해인지라
  궂은 일 못된 일 거푸 있을 터이고
  때로 그런 것들을
  칼로 베이듯 잘라버리는
  해와 같은 웃음소리 있을 터이니
 
  우리 아낙네들이시여
  쥔 양반과 다툴 때 조금만 다투고
  사랑도 그냥 사랑이 아니라
  눈을 부릅떠서
  지지리 못난 사내 짓 고쳐 주시압.
  에끼 못난 것! 철썩 불기라도 때리시압.
  그 뿐 아니라
  우리 아낙네들이시여
 
  우리 집만 문 잠그고 으리으리 살 게 아니라
  더러는 지나가는 이나 이웃이나
  잘 안되는 듯하면
  뭐 크게 떠벌릴 건 없고
  그냥 수숫대 수수하게 도우며 살 일이야요.
  안 그래요? 우리 아낙네들이시여
  예로부터 변하는 것 많아도
  그 가운데 안변하는 심지 하나 들어 있어서
  그 슬기 심지로 우리 아낙네들 크낙한 사랑이나 훤히 밝아지이다.
  마침내 우리 세상 훤히훤히 밝아지이다.

'♣ 詩그리고詩 > 한국명시' 카테고리의 다른 글

부치지 않은 편지 - 고 은   (0) 2009.02.05
첫눈 - 고 은   (0) 2009.02.05
아기놀이 / 고은  (0) 2009.02.05
여름 강가에서/ 고은  (0) 2009.02.05
선술집 / 고 은   (0) 2009.02.0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