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詩그리고詩/한국명시

가을의 서 / 강은교

시인 최주식 2009. 2. 5. 22:19

가을의 서                                

 

강은교

나뭇가지에 걸려 있는 여자를

보아라

종이처럼 그 여자 오늘 구겨짐을

보아라

구겨지며 늘 비 흐름을

비 흐르며 그 여자 길밖으로 떠나감을

보아라

모든 길밖에 흐르는 길동무들을

보아라

언제나 싸우고 있는 길의 밤꿈을

보아라

정오엔 많은 바람으로 펄럭이다가

사라지는 그 여자의 꿈속

모든 가을길은 멀어서

마지막엔 그대도 보이지 않는 걸


보아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