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매는 발들을 위한 노래
강은교
지나간다
집들이.
꽁꽁 언 아이들이.
생각에 잠겨
겨울 바람이.
어릴 때 나는 흐르는 물가에 살았다. 아침이면 웃으며 물이 나를 씻었고 밤이면 지는 해가 내 발을 따스히 덮어 주었다. 나는 걷지 않았다. 달리지도 않았다. 그저 웃음. 그러면 내 발이 나를 똑바로 세워 주었다.
지나간다
자전거 한 대가.
자전거에 실려
목없는 닭들이.
눈물마른 눈물
숨죽인 숨들이.
조금 컸을 때 나는 내 집을 떠났다. 아무것도 나를 씻어 주지 않아서 점점 나는 더러워졌다. 나는 걷는 법을 배웠다. 누가 내 발에 끊임없이 채찍질해서, 나는 달렸다.
지나간다
길들이.
헤매는 눈먼 창들이.
허리 꺾인 꽃들이.
넘어지며 처녀들이.
어느날 나는 별을 바라보면서 울기 시작했다. 내 발은 쉴 곳이 없었다. 걷고 걸어도, 뛰고 뛰어도 아침에 지은 집은 황혼이면 무너졌다. 아직 멀었습니까! 나는 외쳤다.
지나간다
서 있는 울음소리와
앉아 있는 울음소리와
이제 그만 누운 울음소리와.
오르기 위하여
오르기 위하여
빈자일기, 민음사, 197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