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詩그리고詩/한국명시

돌아

시인 최주식 2009. 2. 5. 22:22

돌아

 

강은교


너 아직 거기 있느냐

사월에 던진 돌아,

꽃샘바람 몹시도 불어가는

길 모퉁이


연탄재며 밥찌꺼기

혹은 목 떨어진 개나리꽃 새

꾸부정하게 끼어앉아

깨진 머리로 빛나는 돌아


으스름 무렵이면

한 잎 가득 피 베어문 하늘이

네 얼굴처럼 달려온다.


날이라도 궂어

출출출 비 내리쏟는 날에는

험집투성이 우리 가슴결엔

화들짝 살아오는 숨소리, 고함소리

난장판으로 강물이 흐르고

뒷산 허리에선

우르르 우르르

우뢰 몸서리 요란했다.


아직 거기 있느냐 너

사월에 던진 돌아,

개나리 활활 일어설 때를 기다려

아, 그 꽃잎 꽃잎에 상채기 흠씬

문댈 때를 기다려

일년이고 십년이고

수유리 한구석

차마 못 떠나는 돌아


네가 못 떠나는 이 땅에

올해도 사월은 가지만

우리는 영영 남아 있다 그 사월에.


소리집, 창작과비평사, 198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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