詩가 있는 아침

백담사 2’-조병화(1921~2003)

시인 최주식 2009. 12. 2. 23:08

백담사 2’-조병화(1921~2003)


밤이 깊어지니

별들이 하늘에 내려와

목욕을 하더라


하늘은 너무나 넓어서

물장구를 치는 애기 별도 있더라


만해도 별이 되어

백담사도 시도 벗어 던지고

하늘로 목욕을 하러 떠났더라


멀리 한양에서 찾아온 이들,

아랑곳없이.



깊은 밤 백담 계곡 걷자니 별이 물처럼 흐르며 길 비추더라. 선방 스님들 못 참고 가부좌 풀고 나와 별빛같이 왁자지껄 멱 감더라. 백담사에서 『님의 침묵』 시 쓰던 만해도 침묵하는 부처님 손 이끌고 내려와 첨벙첨벙 멱 감았을 한여름 설악 백담 계곡. 이제 한양은 물론 세계의 별 같은 시인들 만해 이름으로 모여 시로 멱 감고 있네.

<이경철·문학평론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