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으로 가는 길’-최하림(1939~ )
많은 길을 걸어 고향집 마루에 오른다
귀에 익은 어머님 말씀은 들리지 않고
공기는 썰렁하고 뒤꼍에서는 치운 바람이 돈다
나는 마루에 벌렁 드러눕는다 이내 그런
내가 눈물겨워진다 종내는 이렇게 홀로
누울 수밖에 없다는 말 때문이
아니라 마룻바닥에 감도는 처연한 고요
때문이다 마침내 나는 고요에 이르렀구나
한 달도 나무들도 오늘 내 고요를
결코 풀어주지는 못하리라
가을 찬바람에 맨살로 노출된 어느 감상이 이리 처연하리. 많은 길 걸어 고향집 마루에 와 종내 홀로 누울 수밖에 없는 것이 인생역정, 그래 눈물겨운 것인가. 그렇게 한스럽고 감상적인 것이 생은 아닐 것. 눈과 귀에 익은 집념 쳐내고 닦으며 이른 고향집 마루의 처연한 고요. 더 들어가 시공 없는 고요의 안방 풍경 보고 싶다. 흘러가는 물 닮은 시인의 눈, 그 눈 속의 말간 고요 보고 싶다. <이경철·문학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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