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날-마천에서’ -신경림(1935~ )
버스에 앉아 잠시 조는 사이
소나기 한줄기 지났나보다
차가 갑자기 불은 물이 무서워
머뭇거리는 동구 밖
허연 허벅지를 내놓은 젊은 아낙
철벙대며 물을 건너고
산뜻하게 머리를 감은 버드나무가
비릿한 살냄새를 풍기고 있다
말복, 더위도 이제 끝물. 산뜻한 나무 냄새 물 냄새, 젊은 아낙 허연 허벅지 살냄새 시원한 여름 시 한 편 올립니다. 겁쟁이 버스와 산도적 같은 소나기와 새침데기 버드나무와 활달한 젊은 여인네가 에로틱하게 어우러지는 지리산 아래 마을 냇가 풍경 보여드립니다. 더위에 지치지 마시고 이제 대자연과 맨몸으로 정직하게 만났던 여름 아쉬워할 때입니다.
<이경철·문학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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