詩가 있는 아침

구절초 시편’-박기섭(1954∼ )

시인 최주식 2009. 12. 3. 21:37

구절초 시편’-박기섭(1954∼ )

찻물을 올려놓고 가을 소식 듣습니다

살다 보면 웬만큼은 떫은 물이 든다지만

먼 그대 생각에 온통 짓물러 터진 앞섶

못다 여민 앞섶에도 한 사나흘 비는 오고

마을에서 멀어질수록 허기를 버리는 강

내 몸은 그 강가 돌밭 잔돌로나 앉습니다

두어 평 꽃밭마저 차마 가꾸지 못해

눈먼 하 세월에 절간 하나 지어놓고

구절초 구절초 같은 차 한 잔을 올립니다


하얀 하늘, 파란 하늘, 놀 진 하늘 색깔 닮은 구절초, 쑥부쟁이, 들국화 꽃 피어나며 가을 부르고 있습니다. 바람에 하늘거리며 앞섶 풀어 이 땅, 조선의 순정한 빛깔 드러내고 있습니다. 이런 날 찻물 올려놓고 가을 소식 듣는 시조 세 수 참 그윽하네요. 구절초 같은 가을차 한 잔 얻어 마시며 삶에 헤진 마음자리 땀땀이 깁고 싶네요.

<이경철·문학평론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