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절초 시편’-박기섭(1954∼ )
찻물을 올려놓고 가을 소식 듣습니다
살다 보면 웬만큼은 떫은 물이 든다지만
먼 그대 생각에 온통 짓물러 터진 앞섶
못다 여민 앞섶에도 한 사나흘 비는 오고
마을에서 멀어질수록 허기를 버리는 강
내 몸은 그 강가 돌밭 잔돌로나 앉습니다
두어 평 꽃밭마저 차마 가꾸지 못해
눈먼 하 세월에 절간 하나 지어놓고
구절초 구절초 같은 차 한 잔을 올립니다
하얀 하늘, 파란 하늘, 놀 진 하늘 색깔 닮은 구절초, 쑥부쟁이, 들국화 꽃 피어나며 가을 부르고 있습니다. 바람에 하늘거리며 앞섶 풀어 이 땅, 조선의 순정한 빛깔 드러내고 있습니다. 이런 날 찻물 올려놓고 가을 소식 듣는 시조 세 수 참 그윽하네요. 구절초 같은 가을차 한 잔 얻어 마시며 삶에 헤진 마음자리 땀땀이 깁고 싶네요.
<이경철·문학평론가>
'詩가 있는 아침' 카테고리의 다른 글
당신은 상추쌈을 무척 좋아 하나요’-유용주(1960~ ) (0) | 2009.12.03 |
---|---|
때’ 중-김광규(1941~ ) (0) | 2009.12.03 |
저녁에’-김종태(1946∼ ) (0) | 2009.12.03 |
여름날-마천에서’ -신경림(1935~ ) (0) | 2009.12.02 |
그리움’-박건한(1942∼ ) (0) | 2009.12.02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