詩가 있는 아침

때’ 중-김광규(1941~ )

시인 최주식 2009. 12. 3. 21:38

때’ 중-김광규(1941~ )

앞산의 검푸른 숲이 짙은 숨결 뿜어내고

대추나무 우듬지에 한두 개

누르스름한 이파리 생겨날 때

광복절이 어느새 지나가고

며칠 안 남은 여름방학을

아이들이 아쉬워할 때

한낮의 여치 노래 소리보다

저녁의 귀뚜라미 울음소리 더욱 커질 때

가을은 이미 곁에 와 있다

여름이라고 생각지 말자

아직도 늦여름이라고 고집하지 말자

이제는 무엇인가 거두어들일 때


그렇습니다. 불볕더위 속에도 높아가는 하늘 아래 고추잠자리 날고 있습니다. 여치, 매미 노래 소리보다 귀뚜라미 울음소리 커져가고 있습니다. 무덥다 팽개치기만 하다 문득 가을 오면 그 허전한 마음 어이하리요. 아이들 며칠 안 남은 여름 아쉬워하듯, 방학숙제 몰아쳐 하듯 열심히 이 여름 마무리할 때.

<이경철·문학평론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