때’ 중-김광규(1941~ )
앞산의 검푸른 숲이 짙은 숨결 뿜어내고
대추나무 우듬지에 한두 개
누르스름한 이파리 생겨날 때
광복절이 어느새 지나가고
며칠 안 남은 여름방학을
아이들이 아쉬워할 때
한낮의 여치 노래 소리보다
저녁의 귀뚜라미 울음소리 더욱 커질 때
가을은 이미 곁에 와 있다
여름이라고 생각지 말자
아직도 늦여름이라고 고집하지 말자
이제는 무엇인가 거두어들일 때
그렇습니다. 불볕더위 속에도 높아가는 하늘 아래 고추잠자리 날고 있습니다. 여치, 매미 노래 소리보다 귀뚜라미 울음소리 커져가고 있습니다. 무덥다 팽개치기만 하다 문득 가을 오면 그 허전한 마음 어이하리요. 아이들 며칠 안 남은 여름 아쉬워하듯, 방학숙제 몰아쳐 하듯 열심히 이 여름 마무리할 때.
<이경철·문학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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