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 한 사발’-박규리(1960~)
나도
언제쯤이면
다 풀어져
흔적도 없이 흐르고 흐르다가
그대 상처 깊은 그곳까지
온몸으로 스밀
죽, 한 사발 되랴
실망, 좌절, 배신, 그리고 실연 등등에 자포자기, 몇 날 며칠 식음 전폐한 적 있었다. 술만 마셔가며 속 망가뜨린 적 있었다. 그래도 살아보자며 죽 사발 앞에서 숟가락 들며 품은 생각 속 좁은 오기 아니었는지. 이 시 보면 부끄러워진다. 부드럽게 풀어져 상한 속 감싸며 마음까지 치유하는 죽 같은 마음, 이 시같이 아주 쉽고 자연스레 부릴 날 있을는지.
<이경철·문학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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