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바람’-허만하(1932~ )
넘쳐 흘러내리는 시원한 매미 울음소리와
더위에 지친 옥수수 잎사귀의 와삭거림
그 사이
고추잠자리 날개에 주황색 묻어나는 늦더위와
코발트블루 해맑은 높이에서 사라지는 눈부심
그 사이
황금색 물결 넘실거리는 들녘 끝자락과
논두렁 억새 서너 포기의 가녀린 몸짓
그 사이
거미줄처럼 가늘게 내리는 따가운 햇살과
짐승처럼 드러누운 얼룩진 가로수 그늘
그 사이
마른 옥수수 잎 와삭거리는 소리. 새벽녘 귀뚜라미 울음소리. 해맑은 높이를 나는 고추잠자리. 황금색 띠어가며 넘실거리는 들녘. 짐승처럼 드러누워 숨 헐떡이는 가로수 그늘. 햇살과 그늘 그 사이를 부는 바람. 늦더위 따가운 햇살 아래 온몸으로 느끼는 가을의 낌새. 가는 여름과 오는 가을 그 사이의 눈부심. <이경철·문학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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