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가(一家)’ - 문태준(1970 ~ )
귀뚜라미 한 마리가 내 방에 찾아왔네.
사실은 내가 귀뚜라미를 불러들였지.
과일이 썩으면서 벌레를 불러들이듯이.
귀뚜라미 울음소리는 어제보다 훨씬 커졌지.
내 이가 다 시릴 정도였으니.
새벽녘 한참을 울적엔
서로에게
마치 엉성하게 쌓인 돌담이라도 되어
너도 나도
더는 갈 곳 없어
더는 갈 곳 없이
서로에게
받힌 돌처럼 앉아서.
낮 밤 없이 떼거지로 울어 쌓는 더위, 매미 소리 잦아들려나. 새벽녘 귀뚜라미 울음, 찬바람 낌새 시리다. 매미 울음 콘크리트 벽 뚫는 소리라면 귀뚜라미 울음은 돌담 틈새를 부는 바람 소리. 휑하니 뚫려가는 마음에 시리게 부는 바람. ‘더는 갈 곳 없어 더는 갈 곳 없이’처럼 들리는 소리. 너와 나 외로움이 외로움을 부르며 쌓여 가는 가을 소리. <이경철·문학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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