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천 줄기 바람’- 인디언 전래 시 중에서
내 무덤 앞에 서지 마세요
풀도 깎지 마세요
나는 그곳에 없습니다
나는 그곳에서 자고 있지 않아요
나는 불어대는 천 개의 바람입니다
나는 흰 눈 위 반짝이는 광채입니다
나는 곡식을 여물게 하는 햇볕입니다
나는 당신의 고요한 아침에 내리는 가을비입니다
나는 새들의 날개 받쳐주는 하늘 자락입니다
나는 무덤 위에 내리는 부드러운 별빛입니다
내 무덤 앞에 서지도 울지도 마세요
나는 그곳에 없답니다.
아무것도 남기지 않고 바람처럼 사라지는 바람의 나라 유목민 시답다. 삼라만상과 자신을 같은 존재로 여기는 인디언의 가슴과 입으로 전해지다 미국 9·11 참사 추도 때 낭송돼 세계를 울린 시. 국장을 치렀음인가. 가신 님 삼라만상 생육하는 우주적 존재, 바람으로 보내는 이 시 가슴 뭉클하게 치고 들어오네.
<이경철·문학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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