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서(處暑)’-홍사성(1951- )
기승을 부리던 노염(老炎)도
한풀 꺾였다
여름내 날뛰던 모기는
턱이 빠졌다
흰 구름 끊어진 곳마다
높아진 푸른 산
먼 길 나그네
또 한 구비 넘어간다
따가운 햇살 좀 더 아쉬운 논밭 곡식과 과수원 과실들에겐 미안하지만 이제 릴케의 ‘위대했던 여름’과는 작별을 고해야 할 때. 한여름 밤 무섭고도 성가셨던 모기 주둥이도 비뚤어진다는 처서도 막 지났고. 눈 들어 문득 바라보면 흰 구름 속 더 높아진 푸른 산과 하늘 이마에 부닥치게 다가서는 절기. 마음속 인생 구비 또 한번 쓸쓸하고 쌀쌀맞게 넘게 하는 시린 계절, 가을. <이경철·문학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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