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동네 해동네 / 최주식
무표정한 아파트가 나열된 오르막길
황금빛 노을을 밀고 지날 때면
그 길을 넘지 못한 채 가슴이 아프다
눈 감으면 깔깔대던 웃음 대신
날아갈 것 같은 차들의 경적소리와 텅 빈 마음 뿐
이제는 손 잡고 걷던 이웃들도
팔짱 끼고 걷던 연인들도 존재하지 않는다
모양새 번듯하니
여기가 그런 곳이었나 모르는 이 많지만
만나면 반갑고 보면 정든 얼굴들이
밝고 따뜻한 날을 꿈꾸며
몸 바치던 삶과 애환의 자리였다
비좁은 길이 평평하게 넓어지고
네모난 판박이 아파트가 들어 차
달동네가 해동네 됐다 좋아하지만
꽃핀 그 목련과 그 벚꽃과 그 살구나무 흔적조차 없어
사람 사는 말문 닫아버린 땅에
바람만이 날개짓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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