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필(신문칼럼)

울그락불그락(?)

시인 최주식 2010. 1. 14. 20:16

[우리말 바루기] 울그락불그락(?) [중앙일보]

 

“그의 변명을 듣고 난 아내의 얼굴은 울그락불그락했다.” “면접장에서 면접위원의 사소한 말에 자존심이 상해 울그락불그락 표정이 바뀌고 말 또한 매우 불손해지는 경우가 간혹 있다.”

예문의 ‘울그락불그락’ ‘울그락불그락하다’는 사전에 없는 말이다. 문맥으로 보아 속이 상하거나 화가 나거나 흥분하여 얼굴빛이 변하는 모습을 표현하고자 쓴 것으로 판단된다. ‘울그락불그락’ 외에 ‘불그락푸르락’도 제법 쓰이나 이런 경우 바른 말은 ‘붉으락푸르락(하다)’이다.

‘붉으락푸르락’은 몹시 화가 나거나 흥분하여 얼굴빛 따위가 붉게 또는 푸르게 변하는 모양을 뜻하는 부사다.

다음 예문은 또 다르다. “하늘이 울그락불그락하기에 급하게 카메라 챙겨서 새로 산 렌즈 테스트도 할 겸 노을을 담아봤습니다.” “아기 얼굴에 울그락불그락 좁쌀만 한 게 막 올라오네요.” 이 경우 화가 나거나 흥분하는 모습하고는 의미가 다르다. 붉거나 푸르거나 간에 짙고 옅은 여러 가지 빛깔이 야단스럽게 한데 뒤섞여 있는 모양을 가리키는 것으로 보인다. 이런 상황에 맞는 단어는 ‘울긋불긋(하다)’이다.

‘울그락불그락’이 세(勢)를 얻어 사전에 실린다면 모르겠으나 아직은 아니다.

최성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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