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의 狂氣에 감사하라 ㅣ 이생진
그날밤 나는 침실에 없었다
억새밭을 헤치고 바닷가로 나갔고
그것도 부족해서 절벽에 목숨 건 등대처럼 서 있었다
그때 나도 절벽에 목숨을 걸었다
그렇게 위태위태한 지역에서 얻은 시 스무 편
태어난 시에게 타일렀다
이처럼 미쳐서 쓰는 것을 용서하라고
이처럼 미쳐서 쓰는 것을 감사하라고
이처럼 미칠 수 있는 것을 기뻐하라고
이 광기에 체벌을 가하지 않는 세상에 감사하라고
그리고 이혼소송을 걸지 않는 아내에게 감사하라고
세 시 이후는 시계도 탄복했다
시간이 시계를 비워두고 도망쳐 버리는 자유도 인정하라
그것은 모두 언어의 과장이다
그 과장을 용서하라
(발표일자 : 1999년0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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