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난한 시인 / 이생진
가난한 시인이 펴낸 시집을
가난한 시인이 사서 읽는다
가난은 영광도 자존도 아니건만
흠모도 희망도 아니건만
가난을 시인의 훈장처럼 달아 주고
참아 가라고 달랜다
저희는 가난에 총질하면서도
가난한 시인 보고는
가난해야 시를 쓰는 것처럼
슬픈 방법으로 위로한다
아무 소리 않고 참는 입에선
시만 나온다
가난을 이야기할 사이 없이
시간이 아까워서 시만 읽는다
가난한 시인이 쓴 시집을
가난한 시인이 사서 읽을 때
서로 형제처럼 동정이 가서
눈물이 시 되어 읽는다
< 바다에 오는 이유> (1972)에서 <가난한 시인> 전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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