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詩그리고詩/한국명시

겨울 日記 / 문정희

시인 최주식 2010. 1. 16. 21:11

겨울 日記


                   문정희


나는 이 겨울을 누워 지냈다.

사랑하는 사람을 잃어버려

염주처럼 윤나게 굴리던

독백도 끝이 나고

바람도 불지 않아

이 겨울 누워서 편히 지냈다.

저 들에선 벌거벗은 나무들이

추워 울어도

서로 서로 기대어 숲이 되어도

나는 무관해서

문 한번 열지 않고

반추동물처럼 죽음만 꺼내 씹었다.

나는 누워서 편히 지냈다.

사랑하는 사람을 잃어버린

이 겨울.

'♣ 詩그리고詩 > 한국명시' 카테고리의 다른 글

남편 / 문정희  (0) 2010.01.16
러브호텔 / 문정희  (0) 2010.01.16
먼 길 / 문정희  (0) 2010.01.16
물을 만드는 여자 / 문정희  (0) 2010.01.16
남자를 위하여 / 문정희  (0) 2010.01.1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