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詩그리고詩/한국명시

꽃의 선언 / 문정희

시인 최주식 2010. 1. 16. 21:20

꽃의 선언


                            문정희

                              

  내가 원하는 방식대로

  나의 성(性)을 사용할 것이며

  국가에서 관리하거나

  조상이 간섭하지 못하게 할 것이다

  사상이 함부로 손을 넣지 못하게 할 것이며

  누구를 계몽하거나 선전하거나

  어떤 경우에도

  돈으로 환산하지 못하게 할 것이다

  정녕 아름답거나 착한 척도 하지 않을 것이며

  도통하지 않을 것이며

  그냥 내 육체를 내가 소유할 것이다

  하늘 아래

  시의 나라에

  내가 피어 있다


              시집 『나는 문이다』(뿔, 2007)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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