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詩그리고詩/1,000詩필사

홍합 / 임영석

시인 최주식 2010. 1. 26. 00:06

/ 임영석

 

살아서 피붙이 같은 새끼들을 토해내고
그 큰 파도에도 꿈쩍하지 않던 놈이
뜨거운 물 속에서 무엇을 깨달았는지
입을 짜악 벌려 알몸을 토해 낸다
입 같은 귀로, 귀 같은 입으로
껍데기는 껍데기대로
제 몸을 우려낸 국물을 떠먹으라고
빈집을 아무 말 없이 내어준다
그렇게 바다 속의 기억을 다 우려내 주고
검은 나비처럼 무리 지어 앉아
푸른 하늘을 향해 날아 갈 기세(氣勢)다
바다를 끌어안고 살았던 그 힘
다 버리고 날아가겠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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