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詩그리고詩/1,000詩필사

겨울동백 / 박이화

시인 최주식 2010. 1. 26. 00:05

겨울동백 / 박이화 


 
   아이러니하게도 언제 누군가의 칼날에 죽어갈지 모르는 비운의 武士들이 오히려 그 죽음의 향연을 즐겼단다. 그래서 투구 속에 귀한 향을 넣어 제 목이 떨어지는 순간 그 진동하는 향기로 살아남은 적에게 더 큰 승리의 도취감을 선사했단다. 그렇다면! 저 푸르고 질긴 잎으로 무장한 동백 한 그루. 그도 이미 그 붉은 투구 속에 향기로운 죽음을 준비했던 걸까? 그래서 허공을 가르는 한 줄기 바람 앞에 저렇듯 모가지 댕겅 떨구며 낭자한 향기 콸콸 쏟아내는 걸까? 그리하여 승승장구하여 달려 온 봄에게 더 큰 희열 만끽하게 하도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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