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詩그리고詩/1,000詩필사

나의 포로노그라피 / 박이화

시인 최주식 2010. 1. 26. 00:04

나의 포로노그라피 / 박이화


썩은 사과가 맛있는 것은
이미 벌레가
그 몸에 길을 내었기 때문이다
뼈도 마디도 없는 그것이
혼신을 다해
그 몸을 더듬고, 부딪고, 미끌리며
길을 낼 동안
이미 사과는 수천 번의 자지러지는
절정을 거쳤던 거다
그렇게
처얼철 넘치는 당도를 주체하지 못해
저렇듯 달큰한 단내를 풍기는 거다

 

봐라!
한 남자가 오랫동안 공들여 길들여 온 여자의
저 후끈하고
물큰한 검은 음부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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