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비 / 박이화
호박잎처럼 크고 넓은 기다림 위로 투다다닥 빗방울 건너 뛰어오듯 아, 그에게서 전화가 왔다. 불볕 아래 지친 그늘처럼 맥없이 손목 떨구고 늘어지던 내 그리움의 촉수들이 마침내 하나 둘 앞다투어 눈떠 사방 꽃무늬 벽지처럼 내 마음 온통 분간없이 휘감아 뻗고, 예고없이 들이친 소낙비의 행렬에 또 한바탕 허둥대며 젖는 잎, 잎들 전선이 젖고 그 선을 타고오는 그의 목소리 열대어처럼 미끈한 물비늘로 젖어와 어느새 내 몸은 출렁출렁 심해로 열리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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