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절리 바람소리 / 이향지
벽지를 걷어내고
합판을 뜯어내고
창틀에 박힌 못을 뽑아버리고
맞아들일 것인가 저 바람의 알몸을
저 바람엔
들이키면 게워낼 수 없는 컴컴함이 배어 있다
다락산 노추산 상원산의 희디흰 탄식이 녹아 흐르고 있다
몇 안 남은 붙박이별 뿌리를 흔드는 삽자루가 들려 있다
늘어만 가는 빈집들의 방이며 뜨락을 사람 대신 채워보는
곡소리가 묻어 있다
달 높이에 가로등을 매달고 싶어했던 철새들의 거세당한
깃털들이 우왕좌왕 떠 있다
손을 씻어 본다
발을 닦아 본다
거울 속의 얼굴을 도닥거려 본다
이불을 덮어 쓴다
구절리는 못 떠도 메주들은 잘 떠서
검고 푸른 홀씨들을 구절리 밖으로 날리는 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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