징검다리 / 원무현
이듬해는 유급을 해야 할 처지였던
그해 겨울 돼지가 새끼를 낳았다
그중 젖을 찾아먹지 못하는 약골 두 마리 있었다
아버지는 끼니 때마다 그것들을 품에 안아
학교에서 배급받아온 전지분유를 풀어 먹이곤 헀다
젖을 뗀 녀석들을 내다 판 이듬해
상급반 교실에 무사히 발을 디딜 수 있었다
시냇물이 흐르는 풍경을 그리던 미술시간
징검돌과 징검돌 사이에 징검돌을 놓았다
까맣게 웅크린 새끼돼지 두 마리
거친 물살을 견디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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