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詩그리고詩/1,000詩필사

징검다리 / 원무현

시인 최주식 2010. 1. 26. 00:03

징검다리 / 원무현

 

이듬해는 유급을 해야 할 처지였던

그해 겨울 돼지가 새끼를 낳았다

그중 젖을 찾아먹지 못하는 약골 두 마리 있었다

아버지는 끼니 때마다 그것들을 품에 안아

학교에서 배급받아온 전지분유를 풀어 먹이곤 헀다

젖을 뗀 녀석들을 내다 판 이듬해

상급반 교실에 무사히 발을 디딜 수 있었다

시냇물이 흐르는 풍경을 그리던 미술시간

징검돌과 징검돌 사이에 징검돌을 놓았다

까맣게 웅크린 새끼돼지 두 마리

거친 물살을 견디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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