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똥 / 이향지
작년 것이 뻣뻣하게
낡은 자루를 끌고 왔다
부루카를 벗어던진 아프카니스탄 여자처럼
얄팍한 짚북데기를 젖히고
장터거리로 나왔다
댕댕이넝쿨 채반 위의 봄똥 몇 포기
한 겨울에 피는 모란꽃인가 하였으나
얼었다 녹은 줄기마다 질긴 실이 들었다
끝이 굳은 사람들
이 실을 자주 먹으면
대나무 마디 뚫리는 소리 듣는다 한다
한 자루 다 팔아야 만 원도 안될
봄똥 채반 옆에
몇 십만 원을 얹어주어도 데려갈 사람 없을
노파 한 줌
애원하듯 사죄하듯 연신 비비고 있는
곱은 손에
천 원짜리 두 장을 잡혀주고 떠나가는
텃밭 봄똥 한 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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