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詩그리고詩/1,000詩필사

봄똥 / 이향지

시인 최주식 2010. 1. 26. 00:02

봄똥 / 이향지

 

작년 것이 뻣뻣하게

낡은 자루를 끌고 왔다

부루카를 벗어던진 아프카니스탄 여자처럼

얄팍한 짚북데기를 젖히고

장터거리로 나왔다

댕댕이넝쿨 채반 위의 봄똥 몇 포기

 

한 겨울에 피는 모란꽃인가 하였으나

 

얼었다 녹은 줄기마다 질긴 실이 들었다

끝이 굳은 사람들

이 실을 자주 먹으면

대나무 마디 뚫리는 소리 듣는다 한다

 

한 자루 다 팔아야 만 원도 안될

봄똥 채반 옆에

몇 십만 원을 얹어주어도 데려갈 사람 없을

노파 한 줌

 

애원하듯 사죄하듯 연신 비비고 있는

곱은 손에

천 원짜리 두 장을 잡혀주고 떠나가는

텃밭 봄똥 한 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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