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박나무 아래 잠들다 / 박이화
봄날이 와서
억세게 운수 좋은 어느 날
내게로 어떤 봄날이 와서
이 세상 모든 죽음마저 꽃피워 줄 때
나 저 후박나무 아래 들겠네
그럴 때 통영군 연화리 우도의
저녁하늘 바라보던 내 눈은
후박나무 어린잎에게 주겠네
내 잠든 동안 저 후박나무
나를 대신 할 수 있도록
아, 살면서 누구보다 고온 다습했던 내 생은
누구보다 먼저 후박나무 그늘 아래 썩겠네
그렇게 한 생쯤
내 몸도 꽃잎 아래 물컹,
향기롭게 썩었으면 좋겠네
기억나지 않는 꿈처럼 그대는 영영
아주 내게서 잊혔으면 좋겠네
다시
봄날이 와서
억세게 운수 좋은 어느 날
내게로 어떤 봄날이 와서
나를 저 후박나무 심장처럼 높게,
꽃피워 줄 때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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