벌레나무 하늘 오른다 / 최을원
경기도 하남시 인접지역, 누덕누덕한 지붕들 모여 있는 곳
나무 한 마리 하늘 오르는 것 본다
앙상한 발들 꼼질거리며 캄캄한 허공 끌어당기고 있다
작업은 다 끝난 것이다
부서지고 잘려나간 것들 수북한 슬레트 지붕은 뜯겨나갔다
갖가지 소음들 조립하다, 저녁이면
체구 작은 사내들 뱉어내던 낮은 건물들
국밥집에 모여 핸드폰 하나로 자랑스럽던 이국의 밤들아
지금은 떠나야 할 시간, 저 나무가
허랑방천 다 오르면 별자리 하나 더 생길 것이다
이미 별이 된 것들 흔들어 대는
저 상처 많은 손들을 보아라
저 나무가 밤하늘 끊임없이 떠돌 듯
가방 하나로 나도 이국의 질퍽한 곳을 떠돌 것이다
잠들지 못하는 변두리의 풍경들
낡은 라디오가 밤새 토해내던 낯선 노래들
전신주에 붙은
“떼인 돈 받아드립니다. TEL 01×-5××-56××"
빗물 흐른 저 전단지까지, 기억할 것이다
그 모든 벌레나무의 시간들을 오랫동안
오랫동안 기억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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