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릎을 잃어버리다 / 엄원태
한동안 무릎은 시큰거리고 아파서, 내게 특별한 관심과 사랑을 받아왔다. 아침산에 몇달 만에 아프지 않게 되자 쉽게 잊혀졌다
어머니는 모시고 사는 우리 부부에게 무관심하고 무뚝뚝하시다. 때로는 잘 삐치시고 짜증까지 내신다. 어머니 보시기에 우리가 아프지 않기 때문이다. 아직도 삼시 세끼를 꼭 챙겨드려야 마지못한 듯 드신다. 어쩌다 외출이 길어져 늦게 귀가하는 날이면 그때까지 밥을 굶으시며 아주 시위를 하신다. 어머니는 우리 부부에게 아픈 무릎이다.
아우는 마흔 넘도록 홀로 대척지인 아르헨티나로 멕시코로 떠돌아다닌다. 아우에 대한 어머니의 염려와 사랑은 참 각별하시다. 아우는 어머니의 아픈 무릎이다.
시집 <물방울 무덤> 2007년 창비
엄원태 시인
1955년 대구 출생
1990년「문학과사회」에 '나무는 왜 죽어서도 쓰러지지 않는가' 등을 발표하며 등단 .
1991년 시집「침엽수림에서」민음사
1995년「소읍에 대한 보고」문학과지성사
1991년 제1회 대구시협상을 수상
2007년「물방울 무덤」창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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