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필(신문칼럼)

기제출한 → 이미 제출한

시인 최주식 2010. 1. 28. 21:35

우리말 바루기] 기제출한 → 이미 제출한 [중앙일보]

 

한 번도 경험한 일이 없는 상황이나 장면이 언제, 어디에선가 이미 경험한 것처럼 친숙하게 느껴지는 일을 ‘데자뷔’라 한다. 이미 본 적이 있다(already seen)는 뜻으로, ‘기시감(旣視感)’ ‘기지감(旣知感)’ 등으로 번역된다.

‘기시감’의 ‘기(旣)’는 ‘이미, 벌써’ 등의 뜻을 지니고 있다. ‘기존(旣存), 기성복(旣成服), 기성세대(旣成世代), 기성작가(旣成作家), 기왕(旣往)’ 등에서 쓰이고 있다.

이런 명사를 제외하고 ‘기’가 붙어 형성된 동사들을 살펴보자. ‘앞에 쓴 글에 이미 적다’란 뜻의 ‘기술(旣述)하다’가 있다. “본서 서론에서도 인간의 예술 의욕에 관해 기술한 바 있다.” 또 ‘이미 존재하다’란 뜻의 ‘기존(旣存)하다’도 있다. “많은 작곡가가 기존하는 양식을 답습할 뿐 새로운 세계를 개척하지 못하고 있다.”

‘기술하다’ ‘기존하다’ 등과 같이 사전에 올라 있는 단어는 얼마 되지 않는다. 그런데 ‘이미 기’가 붙어 쓰이는 말이 더 있다. ‘기제출한 서류, 기배포한 인쇄물’ 등이 그것이다.

현재로는 ‘이미 기’가 접두사로 인정되지 않으므로 ‘기제출하다’ ‘기배포하다’ 등은 ‘이미 제출하다’ ‘이미 배포하다’ 등으로 적는 것이 좋다.

최성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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