멸치 / 이지담
냉장고에서 꺼낸 멸치를 다듬는다
온몸을 쥐락펴락했을 머리부터 떼어낸다
팔딱이는 바다를 휘저은 지느러미는
물결들에게 두고 왔는지 없구나
상어의 큰 입을 피해 다니며
배든 날렵함이 은빛으로 빛나고 있다
뱃속에는 별똥별을 삼켰던 탓인지
까만 씨앗들이 슬퍼하지 않을 만큼 맺혀 있다
요 작은 몸으로 보시를 결심한 느낌표들!
바다를 놓아주고 열반에 드는가
똥들이 모여 마침표 하나 찍는데
머릴 맞대고 궁리에 골똘해 있는 머리들을 비웃듯
몸뚱이는 몸뚱이끼리 나누어 머리 위쪽에 놓는다
한 몸이었던 내 몸이 부위별로 쑤셔온다
귀가를 서두른 노을과 함께
몸이 프라이팬에서 볶아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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