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동주 문학상 우수상' 작품 중에서
물방울 무덤들 / 엄원태
아그배나무 잔가지마다
물방울들 별무리처럼 맺혔다
맺혀 반짝이다가
미풍에도 하염없이 글썽인다
누군가 아그배 밑동을 툭, 차면
한꺼번에 쟁강쟁강 소리내며
부스러져 내릴 것만 같다
저 글썽거리는 것들에는
여지없는 유리 우주가 들어있다
나는 저기서 표면장력처럼 널 만났다
하지만 너는
저 가지 끝끝마다 매달려
하염없이 글썽거리고 있다
언제까지고 글썽일 수밖에 없구나, 너는, 하면서
물방울에 가까이 다가가 보면
저 안에 이미 알알이
수많은 내가 거꾸로 매달려 있다
'♣ 詩그리고詩 > 1,000詩필사' 카테고리의 다른 글
| 매화 2 외 1편 / 윤희환 (0) | 2010.01.29 |
|---|---|
| 늙은 선풍기를 위하여 / 엄원태 (0) | 2010.01.29 |
| 풀밭 3 / 권도중 (0) | 2010.01.29 |
| 봄이 입력된다 / 오남구 (0) | 2010.01.29 |
| 오리의 살림 / 정병근 (0) | 2010.01.29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