귀북은 줄창 우네 외 1편 / 홍해리
세상의 가장 큰 북 내 몸속에 있네
온갖 소리북채가 시도 때도 없이 울려 대는 귀북이네
한밤이나 새벽녘 북이 절로 울 때면
나는 지상에 없는 세월을 홀로 가네
봄이면 꽃이 와서 북을 깨우고
불같은 빗소리가 북채가 되어 난타공연을 하는 여름날
내 몸은 가뭇없는 황홀궁전
둥근 바람소리가 파문을 기르며 굴러가는 가을이 가면
눈이 내리면서 대숲을 귓속에 잠들게 하네
너무 작거나 큰 채는 북을 울리지 못해
북은 침묵의 늪에 달로 떠오르네
늘 나의 중심을 잡아주는 북,
때로는 천 개의 섬이 되어 반짝이고 있네
산수유 그 여자 / 홍해리
눈부신 금빛으로 피어나는
누이야,
내가 그리워 봄이 왔다
저 하늘로부터
이 땅에서까지
푸르름이 짙어 어질머리 나고
대지가 시들시들 시들마를 때
너의 사랑은 빨갛게 익어
조롱조롱 매달렸나니
흰 눈이 온통 여백으로 빛나는
한겨울, 너는
늙으신 어머니의 마른 젖꼭지
아아, 머지않아 봄은 또 오것다.
시집 <황금감옥> 2008. 도서출판 우리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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