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詩그리고詩/1,000詩필사

주검의 애인 / 이기와

시인 최주식 2010. 1. 29. 23:06

주검의 애인 / 이기와

 

안개 짙은 날

공동묘지에 나가 잘 여문 주검 한 구를 캐와

내 침상에 뉘어 놓고 신방을 치루고 싶다

그도 외로웠고 나도 외로웠으므로

 

두 장의 갈잎처럼 포개 누워 숨결을 나눠도

그와의 키스는 얼마나 먼가

 

음악같이 흐르는 침묵을 팔베개하고

서늘하고 넓은 황량함의 품에 코를 박고

기다렸어요

우리의 마지막인 첫날 밤

화촉 밝혀들고 천일야화의 긴긴 밀어를 나누며

모래 눈물을 핥으며

그이의 해골에 담긴 생수를 달게 마시며

낯설고 은밀한 안개의 강으로

같이 가요

나인 그대

산 자도 외롭고

죽은 자도 외로운 북극의 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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