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검의 애인 / 이기와
안개 짙은 날
공동묘지에 나가 잘 여문 주검 한 구를 캐와
내 침상에 뉘어 놓고 신방을 치루고 싶다
그도 외로웠고 나도 외로웠으므로
두 장의 갈잎처럼 포개 누워 숨결을 나눠도
그와의 키스는 얼마나 먼가
음악같이 흐르는 침묵을 팔베개하고
서늘하고 넓은 황량함의 품에 코를 박고
기다렸어요
우리의 마지막인 첫날 밤
화촉 밝혀들고 천일야화의 긴긴 밀어를 나누며
모래 눈물을 핥으며
그이의 해골에 담긴 생수를 달게 마시며
낯설고 은밀한 안개의 강으로
같이 가요
나인 그대
산 자도 외롭고
죽은 자도 외로운 북극의 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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