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詩그리고詩/1,000詩필사

새대가리 / 유재철

시인 최주식 2010. 1. 29. 23:14

새대가리 / 유재철

 

  동네 형님은 나보고 새가슴이라고 하데요.

  시내 나가서 술집 여자 더듬고 턱, 턱, 팁 얹어주는 것, 독수리들이나 할 수 있다는 말에 나는 아무 소리 못했네요.

 

  새벽잠이 없어 책이라도 들여다 볼 양으로, 왔다 갔다 하면 아내가 잠결에 반눈을 뜨고, 새벽부터 촐싹머리 없는 참새같이 부산을 떠냐고 하데요. 졸지에 새가슴과 촐싹머리 없는 참새가 되어, 나는 언제 독수리가 되려나, 높은 허공을 올려다보며 생각을 해봤지요.

 

  부리와 발톱을 세우며 콘도르나 독수리들이 세상을 휘젓는 그 시간,  새가슴은 시답잖은 글 나부랑이나 쓴다며, 연약한 손가락으로 키보드를 헤집고 있었네요. 옆에서 딱따구리 나무 쪼듯 노트북을 쪼아대는 딸아이가 날더러 '독수리 타법' 하네요.

 

  해냈네요! 드디어 나 독수리 되었네요.

 잠시후 ‘독수리타법’을 알아차리고는 두루미 다리 접듯 슬며시 한 팔 접었네요.

 

  글 쓴 것 메일로 보내라는데, 또 잊었네요. 보다 못한 친구 마지막이라며 엊그제 만들어 준 메일주소, 노트에 적었는데, 어느 노트인지 그것마저 생각이 안 나네요. 주소 찾는 방법마저 잊었네요.

 

 새대가리! 

 친구가 답답해 죽겠다며 소리치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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