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詩그리고詩/1,000詩필사

북어 / 권순자

시인 최주식 2010. 1. 29. 23:17

북어 / 권순자


입 벌린 북어 한 마리

퀭한 눈에 허공을 담아내고 있다


숱한 울음 토해낸 북어

빈 가슴 들어 풍경소리 낸다

물길 수 백리 휘저으며 멀고 고단한 길 저어온

지느러미

바싹 마른 지느러미,

더 이상 바다를 그리워하지 않는다

한껏 가벼워진 몸 일으켜 허공으로

날아갈 기세다


세상의 날개 없는 것들아

가벼워진 몸 바람의 날개에 얹어보라 

애타던 것 놓아버린

멍울진 몸 들어

금빛 지느러미 펼친 햇살에 올라보라

풍화한 얇은 생

지느러미 날개 짓 해보라


간절히 마른 것들,

공중에 꽂히는 날개 짓이 환하다

 

시인시각 (2008. 여름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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