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어 / 권순자
입 벌린 북어 한 마리
퀭한 눈에 허공을 담아내고 있다
숱한 울음 토해낸 북어
빈 가슴 들어 풍경소리 낸다
물길 수 백리 휘저으며 멀고 고단한 길 저어온
지느러미
바싹 마른 지느러미,
더 이상 바다를 그리워하지 않는다
한껏 가벼워진 몸 일으켜 허공으로
날아갈 기세다
세상의 날개 없는 것들아
가벼워진 몸 바람의 날개에 얹어보라
애타던 것 놓아버린
멍울진 몸 들어
금빛 지느러미 펼친 햇살에 올라보라
풍화한 얇은 생
지느러미 날개 짓 해보라
간절히 마른 것들,
공중에 꽂히는 날개 짓이 환하다
시인시각 (2008. 여름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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