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詩그리고詩/1,000詩필사

참빗 외 1편 / 양은창

시인 최주식 2010. 1. 29. 23:18

참빗 외 1편  / 양은창


담양 장에서 날렵한 참빗을 하나 샀다

요즘 세상에 무슨 참빗이냐고

아내는 한사코 말렸지만

행여 외도라는 게 이런 것인가

평생을 바람만 머리에 이고

살았다는 여자를

몰래 데리고 오는 길

아직도 푸른 색정이 감도는

빗살을 살살 문지르며

한 성깔 하던 여자,

마디마다 맺혀있는

빛바랜 사연이 궁금하다

 

참빛과 참빗은 거기서 거기지만

천년은 살아야 늙는 여자,

빛으로 오는 길이 얼마나 멀었던지

촘촘한 걸음마다 씻고 달랜 몸

아직도 섬뜩하다

 

 

헤엄 / 양은창

 

                                

아내는 아프다

해묵은 병 한 이십 년쯤 앓다가

어느 날 아침

문득,

죽은 사람들은 모두 강을 건넌다는데

정작 자신은 헤엄을 칠 줄 모른다고

걱정을 했다

그러나 얼마나 다행한 일인가

지리산 산골

강가에서 태어난 나는

헤엄을 곧잘 친다

두 세 길 물 속에서도

통나무 하나쯤은 거뜬히 나른다

게다가 헛개비 같은 몸뚱어리쯤이야

식은 죽 먹기라고 달래고 나니

그제서야 거친 숨을 고르며

깊은 잠에 잠긴다

그런데 잠든 얼굴 들여다 보며

곰곰이 생각해 보니

영혼들은 모두

하늘을 헤엄치지 않던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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