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詩그리고詩/1,000詩필사

현의 마음에 쉼터 / 양은창

시인 최주식 2010. 1. 31. 20:07

현의 마음에 쉼터 / 양은창

 

천안에서 입장 가다 보면

'현의 마음에 쉼터'라는

작고 초라한 슈퍼가 하나 있다

행길에서 벗어난 사잇길

봄부터 잎을 피운

물국화와 장미가 입구를 가려

내부는 통 알 길이 없다

무슨 물건을 파는지,

말 그대로 쉼터인지,

드나드는 손님을 본 적이 없어

죽순처럼 자라나는 궁금증에도

지나치고나면 이내 잊고 말았다

밀레니엄 축제가 열리는 날이었던가

여전히 낯이 설기만 한

간판 아래 서 있는 인적을 핑계 삼아

주인보다 먼저 몸을 디밀고

훔쳐 본 내부가 민망하게 단출하다

어렵게 부탁한 캔 음료의

녹슨 뚜껑을 돌려보며

조심스럽게 상호의 내력을 물었다

뜬금없이 거미줄을 걷던

주인 여자, 대답도 하기 전에

눈물이 그렁그렁하다

공수특전사에 가 있는 외아들이

너무 보고 싶어 그렇게 지었단다

생각만 하면 마음부터 무너져

성한 몸이라도 편하게 쉬라고

아들 이름 따서 붙인 가게 이름이  

'현의 마음에 쉼터'라니

 

아, 하늘에 계신 어머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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