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의 마음에 쉼터 / 양은창
천안에서 입장 가다 보면
'현의 마음에 쉼터'라는
작고 초라한 슈퍼가 하나 있다
행길에서 벗어난 사잇길
봄부터 잎을 피운
물국화와 장미가 입구를 가려
내부는 통 알 길이 없다
무슨 물건을 파는지,
말 그대로 쉼터인지,
드나드는 손님을 본 적이 없어
죽순처럼 자라나는 궁금증에도
지나치고나면 이내 잊고 말았다
밀레니엄 축제가 열리는 날이었던가
여전히 낯이 설기만 한
간판 아래 서 있는 인적을 핑계 삼아
주인보다 먼저 몸을 디밀고
훔쳐 본 내부가 민망하게 단출하다
어렵게 부탁한 캔 음료의
녹슨 뚜껑을 돌려보며
조심스럽게 상호의 내력을 물었다
뜬금없이 거미줄을 걷던
주인 여자, 대답도 하기 전에
눈물이 그렁그렁하다
공수특전사에 가 있는 외아들이
너무 보고 싶어 그렇게 지었단다
생각만 하면 마음부터 무너져
성한 몸이라도 편하게 쉬라고
아들 이름 따서 붙인 가게 이름이
'현의 마음에 쉼터'라니
아, 하늘에 계신 어머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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