귀 / 이규리
동네 미장원에서 한 방 뚫었던 구멍
한 때는
쇠붙이나 구슬이 노래를 흘려보내던 곳이다
구멍이 있어 소리는 더 맑게 울리기도 했지만
늘어난 구멍은 몸의 외부인 듯하다
아궁이 깊은 고래 속으로 불길 들어갈 때
환한 구멍 아득히 붉고 뜨거워
아랫도리가 자꾸 조여졌으나
귀고리를 달았던 곳에
이젠 구멍을 단 느낌
귀고리는 점점 커져간다
사채를 쓰다가 어느 순간엔가 이자를 덮어쓰는 격으로
확대하면서 오히려 학대했다
고장 난 라디오처럼 이제 귀에선 느린 노래만 되풀이된다
슬픔도 잦으면 잘 조여지지 않는다
<시안>2008년 여름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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