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詩그리고詩/1,000詩필사

검은 밤의 백합화 / 손순미

시인 최주식 2010. 2. 1. 23:08

검은 밤의 백합화 /  손순미


공중변소 다녀오는 밤길에 

그것은 피어 있었다

나팔 같은 주둥이, 아니 가랑이

그것은 지루한 여름밤을 나팔분다  

나는 변소의 추억을 지우려 그것을 끌어당겼다

별이 지고, 비가 올 것인가

내가 누고 온 그것처럼

그것의 가랑이는 숨 막히다

애인에게 버려진 지 오래인 여자의 음부처럼

그것은 독한 향기를 흑흑, 울어댄다

버려진 것의 냄새는 어둡다

사람들은 그것의 가랑이에다 대고

향기를 포식할 것이다

아무도 오지 않는 밤

바람이 그것의 향기를 끌고 가는 소리

그것의 울음을 끌고 가는 소리  

나는 더 이상 그것의 폐경을 보고 싶지 않다

 

 

 <시와문화> 2008. 가을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