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은 밤의 백합화 / 손순미
공중변소 다녀오는 밤길에
그것은 피어 있었다
나팔 같은 주둥이, 아니 가랑이
그것은 지루한 여름밤을 나팔분다
나는 변소의 추억을 지우려 그것을 끌어당겼다
별이 지고, 비가 올 것인가
내가 누고 온 그것처럼
그것의 가랑이는 숨 막히다
애인에게 버려진 지 오래인 여자의 음부처럼
그것은 독한 향기를 흑흑, 울어댄다
버려진 것의 냄새는 어둡다
사람들은 그것의 가랑이에다 대고
향기를 포식할 것이다
아무도 오지 않는 밤
바람이 그것의 향기를 끌고 가는 소리
그것의 울음을 끌고 가는 소리
나는 더 이상 그것의 폐경을 보고 싶지 않다
<시와문화> 2008. 가을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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