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詩그리고詩/1,000詩필사

그림자들 / 이원 ( 2008년 미당문학상 후보작)

시인 최주식 2010. 2. 1. 23:07

그림자들 / 이원 ( 2008년 미당문학상 후보작)


바닥은 벽은 죽음의 뒷모습일 텐데 그림자들은 등이 얼마나 아플까를 짐작이나 할 수 있겠니

무용수들이 허공으로 껑충껑충 뛰어오를 때 홀로 남겨지는 고독으로 오그라드는 그림자들의 힘줄을 짐작이나 할 수 있겠니

한 사내가 또는 한 아이가 난간에서 몸을 던질 때 미처 뛰어오르지 못한 그림자의 심정을 짐작이나 할 수 있겠니

몸은 허공 너머로 사라졌는데 아직 지상에 남은 그림자는 그 순간 무슨 생각을 할지 짐작이나 할 수 있겠니 

 
<문학의문학> 2008년 여름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