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詩그리고詩/1,000詩필사

바랭이풀의 습성 / 류윤모

시인 최주식 2010. 2. 1. 23:05

바랭이풀의 습성 / 류윤모

 

바랭이풀의 습성은 특이하다

어느 자리건 가리지않고

궁둥이 땅에 붙이기 바쁘게

바늘부터 집어든다

바느질하다 죽은

고단한 피 물려 받았는지

남녀노소 가리지 않고

빈 헝겊 쪼가리라도 하나 잡으면

온종일 눈도 돌리지 않고

바느질로 시간 가는 줄 모른다

말끔히 빗질해 놓은 넉넉한 마당도

쥔 양반 눈 돌리기가 무섭게

서툰 대바늘로 드문드문,

코를 질러 놓거나

하릴없는 건달들 죽치고 앉아

한 귀퉁이를 누비질 해 놓은 것처럼

못 쓰게 버려 놓기 일쑤다

정말 못 말리는 유전자다

어떤 일족은

남의 밭고랑 무허가로 타고 앉아

막무가내,

검증도 되지 않은 솜씨로

대 놓고 생업 펼치기도 한다

온 여름 내

등이 꾸부정한 호미자루와                           

정착과 철거라는 이슈를 놓고

일진일퇴,

지루한 공방전 벌이기도 하지만

뺏고 뺏기는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누대의 역사처럼

도무지 끝이 보이지 않는,

어느 쪽도 물러설 수조차 없는…

 

수요시포럼  제5집 <그는 나무와 한통속이다>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