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랭이풀의 습성 / 류윤모
바랭이풀의 습성은 특이하다
어느 자리건 가리지않고
궁둥이 땅에 붙이기 바쁘게
바늘부터 집어든다
바느질하다 죽은
고단한 피 물려 받았는지
남녀노소 가리지 않고
빈 헝겊 쪼가리라도 하나 잡으면
온종일 눈도 돌리지 않고
바느질로 시간 가는 줄 모른다
말끔히 빗질해 놓은 넉넉한 마당도
쥔 양반 눈 돌리기가 무섭게
서툰 대바늘로 드문드문,
코를 질러 놓거나
하릴없는 건달들 죽치고 앉아
한 귀퉁이를 누비질 해 놓은 것처럼
못 쓰게 버려 놓기 일쑤다
정말 못 말리는 유전자다
어떤 일족은
남의 밭고랑 무허가로 타고 앉아
막무가내,
검증도 되지 않은 솜씨로
대 놓고 생업 펼치기도 한다
온 여름 내
등이 꾸부정한 호미자루와
정착과 철거라는 이슈를 놓고
일진일퇴,
지루한 공방전 벌이기도 하지만
뺏고 뺏기는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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