되새떼들의 하늘 / 정진규 (2008년 미당문학상 후보작)
오늘 석양 무렵 그곳으로 떼지어 나르는 되새떼들의 하늘을 햇살 남은 쪽으로 몇 장 모사해 두었네 밑그림으로 남기어 두었네 그걸로 무사히 당도할 것 같네 이승과 저승을 드나드는 날개붓이여, 새들의 운필이여 붓 한 자루 겨우 얻었네 秘標 하날 얻어 두었네 한 하늘에 대한 여러 개의 질문과 응답을 몸으로 할 수 있다는 것은 얼마나 감지덕지할 일인가 오늘 서쪽 하늘에 되새떼들이 긋고 간 飛白이여, 되새떼들의 書體여, 자유의 격식이여 몇 장 밑그림으로 모사해 두었네 가슴팍에 바짝 당겨 넣은 새들의 발톱이 하늘 찢지 않으려고, 흠내지 않으려고 제 가슴 찢고 가는 그게 飛白이라네 하얀 피라네
<현대시학> 2008년 6월호
'♣ 詩그리고詩 > 1,000詩필사' 카테고리의 다른 글
밥 정情 / 정휘립 (0) | 2010.02.01 |
---|---|
그림자들 / 이원 ( 2008년 미당문학상 후보작) (0) | 2010.02.01 |
문명의 식욕 / 배한봉 (0) | 2010.02.01 |
바랭이풀의 습성 / 류윤모 (0) | 2010.02.01 |
2008 전태일문학상 우수작 / 김밥말이 골목 / 최일걸 (0) | 2010.02.01 |